영화 시월애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표현했다.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감동을 주는 영화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지금은 모두 톱스타인 두 사람의 앙상블을 한 작품 안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개봉되던 때만 해도 19살이었던 전지현과 20대의 이정재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월한 외모를 자랑한다.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소재를 잔잔한 로맨스 이야기와 조화롭게 엮어내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시월애는 그 점에서 높은 작품성을 보유한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초월한 사랑
많은 이들이 영화의 제목인 '시월애'를 보고 10월에 했던 사랑이라는 의미로 오해한다. 그러나 영화 제목의 의미는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이라는 뜻이다. 성현(이정재)은 일 마레로 이사 온 후 우편함을 통해 이상한 편지를 받는다. 그것은 미래에 일 마레에 살고 있는 은주(전지현)가 넣어둔 것이었다. 2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소통한다. 은주는 관계가 소원해진 애인 때문에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성현은 은주가 전하는 이야기들에 호기심 반 설렘 반을 느꼈다. 은주의 입장에서 성현이 2년 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 여러 가지 부탁을 한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달라거나 헤어지게 된 애인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은주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던 성현은 애인을 붙잡게 해 달라는 은주의 부탁이 괴롭지만 들어주기로 한다. 하지만 부탁받은 장소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해 성현은 죽게 되고, 은주는 나중에서야 자신의 부탁 때문에 성현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안다. 은주는 그제야 자신이 성현을 사랑했음을 깨닫고 부탁해놓은 것을 취소하기 위해 노력한다.
할리우드 리메이크작도 만들어졌던 수작
시월애는 2006년 '레이크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정재와 전지현이 맡았던 두 남녀 주인공은 각각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연기했다. '그대 안의 블루', '푸른 소금' 등을 만든 이현승 감독의 연출작이며, 각본은 여지나 작가가 담당했다. 아날로그 영화 특유의 느린 감성과 잔잔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작품은 개봉한 해에 8회 춘사영화상 신인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각본의 힘도 크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은 오로지 편지글을 통해서만 소통한다. 서로 전혀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이 글로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마음을 나눈다. 각자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유학 가는 애인과 아버지라는 주제에 있어서도 그들은 상대방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넬 수 있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셈이다. 사랑을 잃고 극복하는 일, 아버지가 자신을 버린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으며 심리적 내상을 치유해가는 모습, 그리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 참 많이 투영되어 있다. 그뿐 아니다. 시월애에서 탄생한 명대사만 몇 건인가. 시월애라는 영화는 몰라도 그러한 명대사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많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점들이 글로벌 영화 시장에서도 관심을 갖게 만들고,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 촬영지
시월애의 촬영 장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타임워프를 소재로 하는 이 영화에서 우편함은 전지현과 이정재를 이어주는 매개다. 영화 속 은주가 매일 집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타는 중앙역은 경기도 안산의 중앙역이다. 이곳에서 은주와 성현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여러 번 마주친다. 시간의 차이 때문에 매번 은주는 성현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벤치에서 성현과 은주가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이 전달해 주는 어색한 공기와 설렘은 지금 봐도 명장면이다. 2022년이 된 지금, 안산 중앙역에 영화 속에 나오던 녹색 벤치는 더 이상 없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철역 환경을 보완하는 안전바 설치 등 여러 가지 조치들이 취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장소로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카페 '모닝'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은주는 성현에게 유학과 함께 자신을 떠나려 하는 남자 친구를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다. 성현은 이를 들어주기 위해 은주가 알려준 모닝 카페로 향하지만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과거의 은주는 성현의 교통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시간차에서 오는 이러한 엇갈림이 관객들의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포인트가 되곤 했다. 이 장면의 배경이 되었던 카페 모닝은 놀랍게도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이름만 같고 업종이 펍으로 바뀌었다.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추억의 촬영지는 '일 마레'다. 일 마레는 극 중 성현의 아버지가 지은 집의 이름이다. 성현이 거주하는 공간이자 과거 은주가 머물던 집이기도 하다. 인천 석모도에 있던 이 집은 현재는 태풍에 휩쓸려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영화 개봉 이후 '일 마레'라는 이름은 숙소,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의 이름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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