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 / 담백한 일본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평범함의 역설에 대해 말한다. 평범하다는 것이 특징이나 매력이 없는 것이어서 기피해야 할 상태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 제일 어려운 것이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에노 주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본 영화 특유의 담백함과 소소함이 잘 살아 있으면서 유난히 B급 감성이 강하게 설정되었다. 이에 영화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며,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B급 감성 돋보이는 줄거리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추천을 받아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감상할 때 제일 먼저 들어오는 포인트는 'B급 감성'이라는 점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가운데 일본 영화 특유의 담백함이 살아있다.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들에 잠식되다 보면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점을 잊을 때가 있다. 영화는 그러한 심리에 포착해 역설적으로 의미를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우에노 주리가 연기한 주인공 스즈메는 23살의 평범한 전업주부다. 그녀는 자신보다 거북이 밥을 줬는지 여부에 더 신경 쓰는 남편의 무심함에 지친 채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동네 담벼락에 붙어있는 '스파이 모집 공고' 포스터를 보고 얼떨결에 지원하게 된다. 자신들을 타국의 스파이 부부라고 소개하는 쿠기타니 부부를 만나 스즈메는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다. 스파이의 임무는 한 가지로, 평범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스파이를 시작한 이후, 평범해 보이려는 노력은 더 독특하게 보이는 결과를 낳는다. 스즈메는 우연히 시작하게 된 스파이 일에 점차 애착을 가지고 동료 스파이들에게 정을 쌓기도 한다. 평범하게 사는 삶이 의외로 이루기가 어렵고 그 자체가 얼마나 신나고 다이내믹한 일상이 될 수 있는가에 관해 은근하게 강조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 톺아보기

주인공으로 출연한 우에노 주리는 한국에서도 많은 숫자의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배우다. 그녀가 맡았던 스즈카라는 여성은 23세의 전업주부인데,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우에노 주리가 가진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극 전반을 이끌어 나간다. 주연은 아니지만 아오이 유우가 스즈메의 친구 쿠자쿠로 출연한 점도 영화의 특징이다. 쿠자쿠는 스즈메와 정 반대적인 캐릭터다. 뭘 해도 눈에 띄고, 화려하며,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한 마디로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런 쿠자쿠는 역으로 스즈메의 삶을 부러워한다. 모두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동경하는 셈이다. 또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출연했던 마츠시게 유타카가 영화에서 라멘집 주인으로 나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소소한 일상 분위기를 듬뿍 느껴볼 수 있다. 혹자에 따르면 영화 속 일본어 대사가 비교적 쉽고 간단한 편이어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감상 한 줄

이 영화는 스물한 살, 문예창작 전공 시간에 첫 감상 과제로 전달받은 작품이다. 긴 이름도 특이했지만 내용을 통해 당시 교수님이 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아 인상에 남았다. 모두가 멋진 문학 작품을 남기고자 하지만 실은 진짜 여운이 남는 비범한 글은 평범한 문장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 아닐까.  너무 흔하고 평범한 풍경이라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그 하나하나의 이면에 새로운 의미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을 관찰하고 파악할 줄 아는 사람만이 문학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그 시절의 교수도 이 영화를 선정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라멘집 주인의 설명이다. 잘 팔리는 게 싫어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맛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실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애매한 맛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평범이 비범으로 전환되는 것은 이렇듯 한 순간이다. 알고 보니 공안의 말단직원인 것으로 드러난 배관공은 생각나지 않는 것이 늘어나는 게 인생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평범하다는 얘긴데, 평범한 말이 이렇듯 명언으로 남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