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스에 등장하는 두 남녀 배우를 나는 좋아한다. 니콜라스 홀트는 B급을 표방하던 좀비물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그 영화에서 겉모습은 험하지만 내면은 순수하던 이색적인 좀비의 모습을 연기에 인상에 남았다. 로맨스도 어울릴 얼굴이라 기대도 되었는데, SF 버전이지만 로맨스를 연기한다는 소식에 찾아봤던 것 같다. 또한 소싯적에 좋아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특유의 몽환적인 연기도 좋아하는 편이라 주저함 없이 감상하기를 선택했다. 감정을 통제한다는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 피어나는 두 사람의 사랑과 그 이후의 과정에 상당한 성찰과 철학이 내재되어 있다.
공상과학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일런스(니콜라스 홀트)의 일상은 무심한 표정으로 시작한다.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길을 다닌다. 개성과 다채로움은 없다. 통제를 벗어나 간혹 사랑을 하는 커플도 나오지만, 관계자들에 의해 격리된 채 치료를 받게 된다. 영화는 감정이 통제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사일런스는 이곳에서 우연히 눈길이 닿았던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를 계속 관찰하게 된다. 니아 역시 이곳의 감정 통제 환경에 적응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딘가 공허함과 답답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사일런스는 사랑에 빠진 커플의 최후를 목격한 뒤 감정적 동요가 일어났고, 자기 자신이 감정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판단하여 병원으로 달려간다. 병원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며 거짓말하는 사일런스에게 니아는 도움을 준다. 이후 그녀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며 사일런스의 감정은 깊어져 갔다. 여느 때처럼 회의를 하던 중, 사일런스가 보균자라는 사실이 동료들에게 알려진다. 그날 저녁, 호기심에 니아를 쫓다가 그녀에게 들킨 사일런스는 그녀에게 진심을 이야기한다. 니아는 처음엔 사일런스를 밀어내지만 결국 본인 역시 사일런스에게 감정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일런스가 전해주는 온기에 니아의 감정도 숨겨지지 않았다. 사일런스와 니아는 통제를 피해 몰래 만나며 연애를 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관계는 들키고 만다. 사일런스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 그녀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혼자가 된 니아는 점점 무너진다. 사일런스는 조나스의 권유로 보균자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모임에 다녀온 이후 니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던 찰나에 니아가 사일런스를 찾아온다. 둘은 감정을 통제하는 사회의 감시를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이 시스템으로부터 완벽하게 탈출하려는 계획을 짠다. 조나스의 도움을 받아 둘은 탈출을 감행하지만 차질을 빚는다. 이 과정에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니아는 잡혀가게 되었으나 나름대로 성공적인 전략을 짜서 탈출한다. 한편 사일런스는 그녀가 잘못됐다는 소식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막판에 감정을 삭제하는 약을 먹어버린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 니아는 엇갈린 채 약을 먹고 감정이 사라져 버린 사일런스를 보고 슬픔에 빠지지만 둘은 계속해서 함께 한다.
감정이 통제된 사회는 완벽할까
이퀄스는 2015년에 개봉한 SF 드라마 장르의 영화다. 너무나 유명해진 두 배우,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각각 남녀 주인공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섬세한 사랑 연기로 영화는 많은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생존을 위해 감정을 포기한 미래인들이지만, 감정 없이 사는 것은 로봇이나 다름없다. 어떤 면에서는 감정이 없는 로봇이 사람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의 결말은 열린 결말을 표방하고 있다. 감정이 삭제된 사일런스와 겨우 탈출해 돌아온 니아는 둘 사이의 감정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원래의 계획대로 재탈출을 감행한다. 국경선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둘은 말없이 각자 추억을 떠올리는 듯하더니 사일런스가 니아의 곁으로 다가와 니아의 손을 잡아준다. 사랑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한 것일까? 둘의 결말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해피 엔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사랑의 속성이 그런 것 같다. 두 남녀가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졌을 때는 누구나 열정으로 가득하고 서로에게 눈을 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감정이 일상이 되면서 관계의 색깔은 조금씩 달라진다. 여기서 세월이 더 흐르면 우리는 상대방을 정말 사랑했었던 것인지 의문스러워지는 날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그와 함께 했던 너무나도 많은 추억들 또한 켜켜이 쌓여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 기억들 역시 사랑인 것이다. 사랑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경험하며 우리는 파트너와 함께 성숙해져 간다. 때로는 상대방이 가엾게 보이기도 하고, 그를 제외한 삶은 이제 상상이 안 되는 날도 있다. 그 모든 게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영화는 전하고 싶은 게 아닐까. 극단적인 설정으로 순식간에 감정을 삭제하게 되었지만, 그런 약을 먹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일런스와 니아의 관계에 그런 날이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관계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메시지를 특히 조명의 색채, 음악, 카메라 각도 등의 다양한 연출로써 풀어냈는데, 그 점이 이 작품의 백미다. 이 작품은 특히 연출이 정말 아름답다. 관계의 상태에 따라 두 사람을 둘러싼 조명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흰색으로 꽉 찬 감정 없는 세계에서 사일런스와 니아가 붙는 장면에서는 몽환적이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다채로운 색상이 등장한다.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 역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어 여러 모로 음미해볼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이유
영화에 대한 호평이 많기는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빠졌다면 이 영화는 그렇고 그런 뻔한 로맨스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처음의 뜨거운 감정이 식은 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의 품격이 수직 상승했다. 사랑의 감정이 식었더라도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추억을 꺼내보며 관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가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사랑의 모습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런 과정을 함께 하며 깊어져 가는 두 사람의 관계와 더 멋질 미래의 가능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케 하는 것이다. 감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약속을 뒤집고, 경솔하게 관계를 종료해 버리고,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하고, 인내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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