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는 어떤 의미일까. 어린 시절을 지나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있듯이, 지금 일어나는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필연적으로 과거의 사건, 사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는 꽤나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지만 실상은 이전의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슬픈 역사가 반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작은 발걸음은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6개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전생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쇼스키 남매가 그리는 전생과 환생
이 영화는 무려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500년에 걸쳐 종횡무진한다. 워쇼스키 자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이 의기투합하여 연출했다. 이들이 만난 결과물은 복잡한 교차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 영화가 던지는 키워드는 '업'인데, 동양적 주제를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가 감상의 포인트가 된다고 하겠다. 영화는 1849년 애덤 유잉의 태평양 항해 일기, 1936년 제델겜에서 온 편지, 1974년 반감기, 2012년 티모시 캐번디시의 지독한 시련, 2144년 손미 451의 기도, 2321년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라는 총 6개의 에피소드가 교차 편집된 채 펼쳐진다. 특히 한국 배우 배두나를 비롯해 주요 배우들은 극 안에서 각기 다른 여러 가지의 역할을 맡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표현한다. 미래도시인 네오 서울에서 손미 451로 나왔던 배두나가 1849년 배경의 에피소드에서 변호사의 아내 틸다로 나오는 식이다. 장르는 미스터리와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액션, 사이버펑크,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수많은 장르를 모두 담았다. 이런 영화는 흥행 성공이 어려운 것은 물론, 세상에 나오기도 쉽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제작진의 역량과 자신감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500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서 어떻게 지금의 현실이 다음 세대에 영향을 주는지 다루어 냈다.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 전생과 환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라는 주제를 집중해서 살펴볼 수 있다. 영화에는 너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여 처음 보는 관객들은 누가 누군지 단번에 파악하기 힘들다. 다행히 감독은 친절하게도 환생의 장치로 대변되는 혜성 모양의 문신으로 각각의 인물들이 모두 한 사람의 환생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물론 굉장히 짧은 시간에 그 장치를 이용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를 두세 번 보게 되는 결과를 낳지만 말이다. 이렇게 6명은 환생을 통해서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이야기에는 모두 메시지가 있다. 1849년 백인 변호사와 흑인 노예의 우정, 1936년 두 사람의 사랑, 1976년 여기자 레이의 정의구현, 2012년 케빈 디시의 자유와 추억, 2144년 손미와 장일주의 혁명, 2346년 자크리의 생존과 희망 이렇게 6가지 이야기는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다. 모든 이야기가 부차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항상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감금되거나 생명을 위협당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처해 있다. 그런 주인공 옆에는 그들을 돕는 조력자가 등장한다. 마치 우리네 인생을 보는 듯하다. 매 순간 고난과 위기를 뛰어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잘 그려낸다. 매 이야기마다 항상 이념과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갈등과 위기가 주인공들에게 찾아오지만 6명의 인물들은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움으로써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관통되는 6개의 이야기, 그것이 곧 우리가 사는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재 2022년을 살아가지만 앞으로 2040년, 2080년에 사는 인간의 삶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SF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본 것은 한창 SF 장르에 푹 빠져 지내던 2011~2013년 무렵이었다. SF 영화가 주는 신선한 상상력과 스케일을 좋아했고 SF 신작들도 부족함없이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보통의 SF 영화와 차원이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스토리 자체도 500년 세월과 전생 및 환생을 차용하여 방대했지만 그 안에서 던지고 있는 메시지가 굉장히 인문학적이었기 때문이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융합이 대세라는 이야기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은 시대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융합적인 시도는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야기가 방대하여 한두 가지 포인트를 집어내긴 어렵지만, 결국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에 드는 생각은 이렇다. 삶이란, 결국 고귀하게 부여받은 각자의 생명을 꽉 붙드는 것이다. 또한 어떤 장애물이 와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부단히 나아가는 것이다. 실은 그게 다다. 인간의 삶을 최대한 줌 아웃시켜서 관찰할 때 비로소 느껴지는 재미, 그 재미의 최대치를 선사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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