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은 스웨덴과 영국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실패한 가수였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비틀스보다 더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던 가수 식스토 로드리게즈의 영화 같은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아울러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음악 영화로 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식스토 로드리게즈는 누구인가
서칭 포 슈가맨에는 한 가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가수는 자국에서 앨범을 단 6장밖에 팔지 못한 실패한 가수였다. 하지만 바다 건너 남아공에서는 비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 서칭 포 슈가맨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뮤지션 로드리게즈의 이야기가 다큐 형식으로 담았다. 그는 1942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히스패닉 가정에서 태어난 6번째 자녀다. 이름이 식스토가 된 것도 그저 6번째 자녀인 탓이다. 그만큼 보잘것없고 내세울 게 적은 환경이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에 월급 받는 생활을 하며 부업으로 술집에서 노래를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그를 서섹스 레코드에서 발굴했고 가수로서 음반을 내게 된다. 분명 실력이 있었기에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그가 낸 첫 앨범은 미국 전역을 통틀어 딱 6장이 팔리는 결과로 끝나게 되었다. 판매된 6장 중 3~4장은 그의 친지와 지인들이 구매한 것이라 하니 실로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로드리게즈와 음반사의 계약은 그렇게 종료되었고 그의 가수로서의 삶도 끝나는 듯 보였다. 그의 음악이 바다 건너 남아공에 알려지게 된 것은 그 얼마 되지 않는 구매자 중 한 명이 남아공에 사는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앨범을 가져갔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로드리게즈가 부른 '콜드 팩트'라는 곡의 가사는 남아공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로드리게즈는 거의 민중 가수 수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정작 로드리게즈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고 그는 마치 오래전에 사망한 전설 속 록가수처럼 죽었다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 멀쩡하게 살아 있었고, 남아공에서 소위 대박이 난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화는 초반에 로드리게즈가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 취재하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당연히 그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후 제작진이 살아있는 전설을 직접 만나는 과정과, 그가 다시금 가수로서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과정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꽃을 피워내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로드리게즈의 삶을 보고 있자면, 사람이 각자의 삶에서 꽃을 피워내는 시기는 저마다 다른 것이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무언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임하지만 결과가 기대와 달리 좋지 못할 때가 많다. 정말 남보다 열심히 했지만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좌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도 기적적인 로드리게즈의 삶을 보면서, 물론 그런 기적이 내 삶에 일어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인생에 있어서 꽃 피우는 시기의 다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꽃이 언제 피든, 심지어 꽃이 아예 피지 않았다 해도, 그것이 꽃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주어진 사명이 있다면, 그리고 누구에게도 떳떳할 만큼 열심히 했다면 그걸로 된 것일지도 모른다. 돈과 명예를 바라서가 아니라 사명에 따라 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삶, 그런데 돈과 명예가 부르지 않아도 따라오기도 하는 그런 인생 말이다. 영화에서도 로드리게즈가 겪은 일보다 더 흥미로웠던 지점이 이런 거였다. 바로 로드리게즈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그는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거나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등 사람으로서 충분히 보일 법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디트로이트에 소재한 자신의 낡은 집에 40년째 거주하고 있고 그간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채로 살아간다고 한다. 결혼하여 세 딸을 키웠고 독립시켰으며 한 때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디트로이트 시장 선거에도 출마했었다고 한다. 낙선했지만 말이다. 물론 공연을 하고 돈도 벌지만 이제 돈과 명예를 얻었으니 완전히 다르게 화려한 인생을 살지 않겠냐고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대목이었다.
삶에 지칠 때 보면 좋은 영화
한국에서는 한 예능 PD가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잊힌 가수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렇게 소환해낸 한국의 가수로는 양준일 정도가 유명하다. 다 끝난 것 같아도 참으로 끝난 게 아니다. 힘겹고 버거울 때도 많지만 끝까지 살아볼 만한 게 인생이라는 정도의 생각이 든다. 앞선 영화 리뷰에서 다룬 적이 있는 포레스트 검프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열어서 꺼내보기 전까지는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삶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은 없다. 로드리게즈가 무명 가수로 실패한 것처럼 보였던 순간도, 그 이후의 시간도, 오늘의 영예를 위해 꼭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알 수 없다. 그러니 계속 살아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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