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이클립스는 나에게, 대학 시절 전공수업 시간에 필수로 감상해야 하는 영화였다. 그 수업은 문학 전공 중에서도 시 창작 수업이었다. 랭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에 이 영화가 도움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는 충격 그 자체였다. 파격적인 설정과 이야기들이 이어지는데, 대부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또한 1995년 개봉작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만큼 영화가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시 곱씹어보면 그 이유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인들을 다룬 영화인만큼,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도 심금을 울린다. 21살이던 배우 디카프리오의 꽃 같은 미모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가 주는 즐거움이다.
천재 시인 랭보와 베를렌의 이야기
영화는 19세기의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와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받는 폴 베를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랭보는 16세의 어린 소년이었지만 당시 베를렌의 인생을 뒤흔들만한 시를 남겼다. 영화는 랭보가 베를렌을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사전에 랭보가 보내온 시를 읽고 랭보의 천재성에 매료된 베를렌은 랭보를 보자마자 반하게 된다. 그러나 랭보는 그가 베를렌의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쫓겨난다. 베를렌은 쫓겨난 랭보를 찾아 빗속을 질주하고, 랭보에게 집까지 구해주며 정성을 다한다. 이후 랭보를 데리고 시인들의 모임에 참석했지만 랭보는 또다시 지루함을 느끼고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한다. 랭보는 베를렌에게 한 가지를 제안하는데, 베를렌이 자신을 먹여 살리면 자신이 베를렌에게 영감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베를렌은 이를 받아들이고, 둘은 연인 관계가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베를렌이 다시 아내에게 돌아가겠다고 결심하며 두 사람은 헤어지는 듯 보였다. 베를렌은 그러나 다시 랭보를 선택하고 아내를 떠난다. 런던에 자리를 잡은 랭보와 베를렌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출판에 관심도 없고 일을 하지 않는 랭보 때문에 생활은 점점 궁핍해진다. 랭보는 글을 쓰는 데에 계속 집중했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스트레스를 베를렌에게 풀기 시작한다. 베를렌은 랭보와 만나 인생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했고, 결국 그를 온전히 떠나기로 한다. 질긴 두 사람의 인연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아내에게 버림받은 베를렌은 곧 랭보에게 돌아온다. 이번에는 랭보가 이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려 한다. 베를렌은 랭보가 설득이 되지 않자 랭보에게 총을 쏘고, 총알은 랭보의 손을 관통한다. 이 날의 일로 베를렌은 재판을 받게 되고, 2년의 징역을 산다. 석방 후 다시 랭보를 찾아온 베를렌에게 랭보는 질문을 던진다. 육체와 영혼 중 어느 것으로 사랑하겠냐고 말이다. 이후 아프리카로 떠난 랭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 종양을 얻어 프랑스로 다시 돌아오고, 곧 사망한다. 랭보의 사후 그의 누이는 베를렌을 찾아와 베를렌이 갖고 있는 랭보의 작품들을 회수해줄 것을 요청한다. 랭보를 그리워하며 압생트를 마시는 베를렌의 눈앞에 랭보의 환영이 나타나고 그는 베를렌의 손에 칼을 꽂는 대신 입을 맞춘다. 실제로 베를렌은 랭보의 사후 시 편집 작업에 참여했으며, 5년여 뒤 그도 세상을 떠난다.
디카프리오를 명배우 반열에 올린 작품
영화 토탈 이클립스는 프랑스의 시인 랭보와 베를렌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랭보가 16세에서 19세 사이에 쓴 작품들은 프랑스 현대 시의 면모를 완전히 바꿔 놓은 계기가 되었다. 이 영화는 랭보와 베를렌이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시의 내용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했다. 영화를 실제로 랭보의 외관과 많이 닮아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랭보 역에 캐스팅해 크게 성공하였다. 랭보 역은 원래 다른 배우가 맡기로 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그가 사망하면서 디카프리오가 출연하게 되었다.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의 작품성만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작품 출연을 계기로 디카프리오는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한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의 반열로 오를 수 있었다. 이때의 디카프리오 나이가 21세였다. 작품에는 직설적인 장면도 많이 포함되었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이 많은 이들에게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흠도 있지만 어쨌든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시인들의 삶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았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도 어찌할 수 없다는 자세로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더욱 진정성을 얻는다.
사족으로 덧붙이는 말
토탈 이클립스에서 베를렌의 아내 마틸드 역을 맡은 배우는 로만느 보링거다. 아는 사람은 알아봤겠지만, 보링거는 이후 개봉했던 영화 라빠르망에서 알리스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두 역할 모두 주인공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역이다. 보링거라는 배우의 이후 활약과 필모그래피를 떠올려 볼 때, 존재감이 적지 않은 배우인데, 공교롭게도 유사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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