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는 9가지 인생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인생과 인생에서 만나는 선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다.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과 미련이 들기 마련이지만 영화는 우선 모든 선택이 옳고 모든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결말을 장착해 둔다. 이 영화의 매력은 선택과 가능성, 삶과 죽음의 복잡한 교차로를 그려놓고 관객이 그 한가운데에서 삶이 지닌 역설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죽음이 없다면 인생에서의 선택도 의미가 없어진다.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선택을 하게 되고, 선택을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은 가치 있어진다.
인생의 선택지와 그 결말에 대한 고찰
영화가 시작되면 2092년 118세의 노인이 된 니모 노바디가 등장한다. 2092년의 인류는 유전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불멸의 존재들이 되었지만 니모 노바디는 인류 중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는 인간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의 일과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었으며, 그가 맞이할 죽음 또한 전 인류의 초미의 관심사다. 한 기자가 니모가 기거 중인 공간에 몰래 잠입해 그를 인터뷰한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9가지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둘 중 누구를 따라가 살겠냐는 선택에 직면한다. 이후 동네 여자 사람 친구인 안나, 앨리스, 진 중에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따라 니모의 삶은 달라진다. 기자는 그중에 어떤 삶이 정답이었는지 묻는다. 니모는 삶에서 모든 선택과 모든 삶이 옳은 것이며 그 모든 것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하며 눈을 감는다. 우리는 이런 가능성과 선택지를 지니고 살아가지만 우리가 하는 선택은 언제나 한 가지다. 우리의 삶은 영원하지 못하기에, 선택은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죽음이 없다면 이런 선택은 무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선택을 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해야 할까? 영화는 이 또한 아니라고 말해준다.
해석과 배경
이 영화는 감독이 7년 동안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다. 우리나라 개봉은 2012년께 이루어졌지만 사실 글로벌 개봉은 그보다 앞섰다. 평단에서 호평 일색이었던 작품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이전까지 전혀 없던 소재와 매우 창의적인 플롯의 전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결말이 빚어내는 작품성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만 워낙 방대한 이야기와 갈림길을 섞어 놓았던 탓에 난해해진 측면이 있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다른 영화들에 비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고충도 작품의 후반부에 가면 다 해소되기 때문에 흠으로 보기는 어렵다. 극 중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니모가 했던 선택은 여러 삶의 가능성을 만들었고, 이것은 니모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었다. 무수히 많은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어 갔던 셈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질서 있는 상태로부터 무질서한 상태로 이어진다. 영화에서 나오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은 질서의 상태로부터 무질서 상태로 이동해 가는 법칙을 말한다. 열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이 개념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 되었다. 영화가 직접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언급하는 것은, 사실 우리의 선택도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니모의 선택지에 따라 무수히 많은 삶의 가능성이 생겨났듯, 선택의 엔트로피는 확장되고 있고, 그 속에서 선택하는 우리 자신만이 남아있는 것이다. 2092년 노인이 된 니모는 34살 이후 기록이 없는, 실체가 없는 존재로 삶을 살고 있었다. 수많은 니모의 삶이 펼쳐지지만, 2092년의 니모는 오직 감탄사만으로 현재를 살아간다. 영화 속에서 현재의 배경이 되는 2092년은 모두가 죽지 않고 늙지 않는 곳이다. 이런 배경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곳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이 지나 그것이 잘못된 걸 안다면 언제든 돌이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유일하게 죽는 인간, 니모 노바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많은 삶의 가능성을 지닌 인생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서다. 죽음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선택에 따른 가능성을 생각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여기서 니모만이 자신의 과거를 보며, 선택에 따른 결과를 회상하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나의 감상평
미스터 노바디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역시 보게 되었던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인생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보곤 하는 '가지 않은 길'을 소재로 삼았다. 누구나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인생이 달라졌을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때론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스터 노바디는 9가지나 되는 다채로운 인생을 보여준 뒤 이렇게 말한다. 모든 선택과 모든 인생이 다 옳았고 아름다웠노라고 말이다. 그것은 어떤 선택도 절대적으로 좋았던 선택이 없고,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거라는 깨달음이다. 선택에 별 의미가 없으니 아무렇게나 선택하며 대충 살자는 의미가 아니라, 지나간 선택에 후회하며 발목 잡힌 채 살아갈 필요는 최소한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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