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 2022. 9. 25. 20:22

비포 선라이즈 (1996) / 여행 중 만난 운명적인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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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두 주인공이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장면.

 

비포 선라이즈는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가 이렇게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동시에 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유럽 여행 중 만난 낯선 이성과의 로맨스를 꿈꾸며 유럽으로 달려가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대화는 마음을 나누는 도구다. 그 도구를 이 영화만큼 노련하게 활용한 사례도 없을 것이다. 두 마음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영화 속 인물들도, 관객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 이렇게 마음이 합치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한다. 그것이 일생토록 이어지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의 노력과 마음이 맞아가는 순간들, 그 자체가 삶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유럽여행이 이끌어준 사랑 그리고 대화

기차 안이 시끄러워지자 자리를 옮긴 셀린은 제시와 대화를 하게 되고 둘은 기차 안에서 계속 대화하며 말이 잘 통한다고 느끼게 된다. 둘은 앞으로의 일정을 공유하고, 파리로 돌아가려던 셀린은 제시를 따라 기차에서 내린다. 서로에게 끌리는 듯한 두 사람은 한참을 걷다 레코드 샵에 도착한다. 묘한 분위기가 두 사람 사이에 흐르고, 이후 셀린이 좋아하는 묘지에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노을이 찾아온다. 입맞춤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여러 주제의 대화를 나눈다. 아침은 다가오는데 이미 너무 가까워진 두 사람은 정해진 헤어짐이 아쉽다. 이후 한 술집에 간 두 사람은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를 하게 된다. 첫눈에 제시에게 빠졌던 셀린은 대화 중 간접적으로 마음을 전했다. 헤어지기 전날, 마지막 하루에 집중하기로 한 두 사람은 와인을 즐기며 밤새 대화를 한다.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아는 셀린과 제시는 아쉬움을 남긴 채 기차역에서 헤어지게 된다. 제시는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마음이 설레고 사랑을 확인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난다. 이들은 6개월 뒤 이곳에서 재회를 약속한다. 

실화에 기반한 스토리 

사실 이 영화는 직접 봐야만 영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사실상 제시와 셀린 두 사람뿐이기 때문에 이들이 나눈 대화가 축약되면 영화의 의미가 퇴색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생각해서 볼 생각조차 안 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보게 된다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가 어떻게 이렇게 재밌고 지루하지 않은지 놀라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주제를 담고 있다 보니 이 영화의 시리즈인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을 찾아보게 될 수도 있다.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영화 보이후드를 제작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는 약 10년의 텀을 두고 제작되었기 때문에 20대, 30대, 40대의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감상할 수 있다. 20대와 30대, 40대의 인생과 사랑은 얼마나 다른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유럽 여행 중 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로망을 심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이런 운명적인 이야기는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감독은 직접 각본을 쓰기도 했다. 비포 선라이즈 이후 만들어진 시리즈에서는 두 주인공인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도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비포 시리즈는 그저 모차르트만으로 유명했던 비엔나를 일약 로맨틱한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6개월 뒤 제시와 셀린이 약속한 재회의 약속은 성사되지 않았다. 셀린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례식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9년이 흐른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가 비포 선셋이다.

감상했던 포인트

비포 선라이즈를 감상하게 된 것은 우연히 인터넷으로 접한 감상평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한창 대학생활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에는 방학을 이용해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아주 필수적인 코스처럼 인식될 정도로 유행이었다. 비엔나는 그러한 유럽여행 코스 중 꼭 들어가는 도시 중 하나였는데, 비엔나를 무대로 한 이야기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 같다. 나는 안타깝게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여행을 떠났다면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품고 비엔나에 들렀을지 궁금해진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은 즐겁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릴 때는 그 부분을 상당히 가볍게 여겼던 것 같은데, 바로 그 포인트가 연애와 결혼, 이후 이어지는 결혼생활을 윤택하게 할 핵심이라는 점을 지금은 잘 안다. 비포 선라이즈로 그치지 않고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까지 두 주인공의 대화를 계속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배우들의 실제 20대, 30대, 40대를 따라가며 이렇게 긴 텀으로 제작되는 것은 아마 영화사를 통틀어 최초이자 최후의 시도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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